골드몽게임 ㆁ 2013바다이야기 ㆁ∫ 85.rde254.top ┥장경덕 칼럼니스트


래리 엘리슨은 의사가 되려 했다. 모두가 그걸 바랐다.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해부학 강의는 고문이었다. 일리노이대와 시카고대에서의 학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그가 가진 건 청바지와 가죽 재킷, 기타뿐이었다.
엘리슨은 태어날 때부터 아웃사이더였다. 생후 9개월에 열아홉 살 미혼모의 손을 떠났다. 생모의 이모부인 양부는 그가 절대 큰 걸 이루지 못하리라고 봤다. 하지만 그는 환경에 순응하기를 거부했다. 남들이 정해놓은 규칙은 깨버렸다. 자신을 제약하는 세상에 분노했다. 분노는 투쟁의 에너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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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반란자로 살았다. 늘 통념을 깨고 권위에 도전했다. 그가 1977년에 창업한 오라클은 IBM이 먼저 구상했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데이터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던 기업들에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단숨에 시장을 거머쥐었다. 그때 터득했다. 모든 전문가와 권위자가 다 틀리고 내가 옳다고 믿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하지만 모두주식성공
가 미친 생각이라며 외면하는 바로 그 순간 진정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그는 승리에 중독된 사람이다. 이길수록 더 이기고 싶어진다고 했다.
그는 정보기술의 정글에서 반세기 가까이 승자의 길을 걸었다. 놀라운 변신을 거듭한 덕분이었다. 지금은 인공지능(AI) 혁명에 올인하고 있다. 클라우드 혁명에는 코웃음 치다가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투자가
분야 거인들을 뛰어넘으려면 그들과 똑같이 싸워서는 안 된다. AI의 쓰나미는 산업혁명보다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때 모두가 목말라하는 건 데이터다. 공개된 데이터로 훈련한 AI 모델에 개별 기업의 사적 데이터를 돌려 안전하고 빠르게 솔루션을 찾게 하면 어떨까. 오라클은 여기서 경쟁우위를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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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빌 클린턴의 3연임까지 바랐던 그는 이제 도널드 트럼프와 밀착한다. 조 바이든에게 거액을 기부하던 그의 아들은 트럼프와 나란히 격투기를 관람한다. 오라클은 틱톡의 미국 사업 인수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엘리슨 부자는 이미 CBS를 가진 파라마운트를 인수했다. 예상대로 CNN을 소유한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까지 품는다면 루퍼트 머독 가문보다 강1억원재테크
력한 미디어제국을 거느릴 수 있다.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아우르는 제국은 정치적 영향력과 함께 방대한 데이터를 얻게 된다. AI 시대의 데이터는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의 철도나 존 D 록펠러의 석유보다 값진 자산이다.
엘리슨은 지구촌 두 번째 부자다. 3400억달러를 넘는 재산 중 95%는 언젠가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30년 전 스티브 잡스에게서 얻은 교훈을 기억한다. 잡스는 (그를 쫓아낸) 애플을 매수해 돈을 벌라고 권하는 엘리슨에게 돈보다 중요한 건 "높은 도덕적 토대 위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엘리슨은 그 토대야말로 가장 비싼 땅이라고 농담했다. 가난에 고통스러워했던 소년은 이제 슈퍼리치가 됐다. 하와이의 여섯 번째 섬을 사들이고 미그29 전투기를 몰아보며 부를 과시한다. 하지만 결국 거의 모든 재산을 나눠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엘리슨은 미국 자본주의의 아이콘이다. '넝마에서 거부로'라는 서사에 꼭 맞는다. 그는 '성공에 필요한 모든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삶이 언제나 도덕적인 건 아니었다. 기회주의와 냉혹함도 드러냈다. 이 81세의 노익장은 자신의 삶을 "한계를 발견해 가는 여정"이라고 했다. 의대 입학에만 목을 매는 학생도, AI 혁명에 올라타려는 창업자도 곱씹어볼 만한 삶이 아닌가.
[장경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