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제공]


당국의 행정지도 이후에도 코인대여 영업을 이어오던 빗썸이 결국 제도권 틀 안으로 들어왔다. 담보·보증금 체계를 전면 개편해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도, 한도를 최대 10억원으로 높여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시장 전략은 놓지 않았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코인 대여 서비스와 관련해 담보·보증금 체제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와 닥사(DAXA) 경고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지난 9월 빗썸은 DAXA 경고로 최대 2억원이었던 거래 금액별 한도를 3000만원으로 낮추고, 이달 초에는 보유자산 대비 대여비율을 200%에서 85%로 조정하는 등 단계 캠코 채용 적 리스크 축소 조치를 진행해왔다. 이번 3차 개편은 그간의 과도기적 조정을 마무리하고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본격 반영한 구조 개편으로 평가된다.
새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메이저 자산을 기준으로 담보가 자동 산정됐으나, 대여 건마다 직접 보증금(담보)을 설정해야 한다. 보유한 메이저 자산 중 설정된 보증금은 이용 중 거래 및 출금이 스파크 스파크s 제한된다.
담보가치도 자산 유형별로 차등 평가한다. 원화의 최대 대여비율은 85%이며 스테이블코인 80.75%, 시가총액 20위 코인 76.50%, 국내 3개 거래소 상장 코인은 72.25%의 비율을 적용한다. 시가총액은 DAXA 기준을 따른 것으로 반기별로 업데이트 된다.
또한 자동상환(강제청산) 기준도 상환레벨에서 대 신용불량조회 여비율로 변경된다. 상환레벨은 이용자의 자산 대비 상환해야 할 금액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1.07에 도달하면 자동상환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상환레벨은 이용자의 보유 자산과 시장 변동성에 따라 계산식이 달라져, 거래소가 실시간으로 위험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담보 가치가 급변할 경우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에 면책결정 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빗썸은 대여금 대비 담보가치를 직접 산출하는 '대여비율' 체계로 전환했다. 담보가치가 대여금의 95%에 도달하면 자동청산이 이뤄지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자산별 할인율을 적용해 담보가치를 현실화했다. 이전엔 이용자 중심의 위험 표시였다면, 이제는 플랫폼 중심의 실시간 리스크 통제로 구조가 바뀐 셈이다.
농협대출상담사 업계에서는 빗썸의 이번 결정을 두고 "결국 시간 문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이 투자자 손실 우려를 이유로 거래소들에 코인대여 서비스 잠정 중단을 권고한 이후 타 거래소가 즉각 서비스를 멈춘 반면, 빗썸만 두 달 가까이 영업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빗썸의 이번 개편이 선제 대응이 아닌 늦은 수용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빗썸의 이번 개편안은 금융당국의 의중에 맞추려는 흔적이 뚜렷하다"며 "지난 8월 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코인대여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렸을 때부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면 행정력 낭비도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에는 유일하게 서비스를 유지하며 사실상 당국 권고를 거스른 셈이었는데, 결국 두 달 만에 같은 방향으로 구조를 손질한 것은 뒤늦은 순응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빗썸은 이번 개편으로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권고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고액자산가 중심의 영업 기조는 유지했다. 회원 등급별로 최대 대여 한도를 3단계로 나눠 최대 10억원을 대여해준다. 유사한 코인 대여 서비스를 진행 중인 업비트, 코인원보다도 훨씬 높다.
빗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범위 내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며 "이용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시장 경쟁력 간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