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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총기를 사용하는 군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발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막대한 양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 권총부터 기관총, 저격총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총기가 보급됐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만 해도 옛 공산권 군대의 상징인 AK 계열 소총이 가장 흔했지만, 지금은 M16이나 M4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 총기로 무장한 부대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런 '총기 백화점'이 된 우크라이나군에서 요즘 가장 인기를 누리는 총은 멋진 부가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제 소총이 아니라 산변액
탄총이다.

드론 잡는 산탄총



산탄총 탑재 요격용 드론. 우크라이나군 제공


현대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군용 총기는 총열 내부에 강선이 파여 있어 총탄이 회전하면서 발사되도록 만든 한국특수형강 주식
강선식이다. 산탄총은 19세기에 강선이 개발되기 전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활강식(Smoothbore) 총열을 쓰는 총이다. 임진왜란 때 쓰였던 조총도 활강식 총기다. 총열에 강선이 없는 활강식 총기는 총탄에 회전을 줘 높은 탄도 안정성을 구현한 강선식 총기에 비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거리와 정확도가 반비례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강선이 개발된 후BT&I 주식
거의 모든 총기는 강선식으로 바뀌었지만, 활강식 총기는 강선식 총기로 구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용도를 찾아 그 명맥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산탄(散彈)'을 쏘는 것이다.
일반적 강선식 총기는 한 번에 한 발의 총탄을 쏜다. 산탄총에서도 슬러그탄과 같이 한 번에 한 발의 총탄이 날아가는 탄약을 쓸 수는 있지만, 산탄총에서 일반적으로 유럽주식시장
사용되는 탄약은 '벅샷(Buckshot)'이나 '버드샷(Birdshot)'과 같이 작은 쇠구슬 여러 개를 한꺼번에 쏠 수 있는 탄약이다. 이러한 탄약이 날리는 쇠구슬은 강선식 총기에서 발사되는 총탄과 달리 각각의 구슬이 받는 운동에너지가 작고, 공기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거리가 짧다.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5.56㎜ 소총탄의 유효사거리가 400~6펀드관리
00m를 넘어가는 데 반해 12게이지(약 18.5㎜) 탄약의 유효사거리는 기껏해야 50m다. 그런데도 최근 전장에서 병사들이 산탄총을 그토록 애타게 찾는 이유는 바로 드론 때문이다.
산탄총은 드론에 특화한 성질의 총기다. 산탄총은 사거리는 짧지만, 근거리에서는 대단히 높은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다. 쇠구슬이 퍼지면서 날아가기 때문에 단 한 발을 쏴도 넓은 면적에 타격을 줄 수 있고, 10~20m 이내 아주 가까운 거리라면 하나의 표적에 수십 발의 쇠구슬을 때려 넣을 수 있어 일반 소총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살상력을 갖는다.

산탄전을 둘러싼 미독 설전



제2차 세계대전 '벌지 전투'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 벨기에 바스토뉴 부근에서 열린 재연 행사. 바스토뉴=AFP 연합뉴스


근거리에서 산탄총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산탄총을 둘러싼 미국과 독일의 설전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당시 거의 모든 나라의 제식 소총은 한 발 쏘고 장전 손잡이를 당겨 탄피를 배출하면서 다음 탄을 장전하는 볼트 액션 방식이었다. 당연히 이런 총기는 비좁은 참호 안에서 뒤얽혀 싸우는 참호전에 맞지 않았고, 그렇다고 권총만 쓰기에는 화력이 너무 부족했다. 독일은 권총탄을 연사로 쏠 수 있는 MP18 기관단총을 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미군이 이에 맞서기 위해 투입한 것이 바로 산탄총이다. 미군이 산탄총을 들고 참호전에 뛰어들자, 독일은 미국이 야만적 무기를 들고 왔다며 산탄총 사용이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독일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당시 산탄총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많은 가정에 '홈 디펜스' 용도로 산탄총이 대량 보급돼 있던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 산탄총이란 짐승을 잡을 때나 쓰는 사냥용 도구였다. 사람에게 쏘기에는 위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미국에 산탄총을 쓰지 말라고 항의하는 한편, 산탄총 사수가 생포되면 포로로 대우하지 않고 즉각 처형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군의 산탄총 사용은 계속됐다.
산탄총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에 이후 벌어진 전쟁에서도 산탄총을 대량 사용하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뿐이었다. 1990년대 이후 실내 전투나 대테러 작전에서 문을 부수는 용도로 산탄총 보급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특수부대에 국한된 것으로 대량 보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 산탄총의 새로운 용도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제 산탄총은 일선 부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기가 됐다. 소총이나 기관총 따위로 잡기 어려운 소형 FPV 드론을 잡는데 이것만 한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전장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전차나 장갑차, 차량에 탑승한 병사들이 산탄총을 들고 하늘을 경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을 향해 자폭 드론이 날아올 때 소총이나 기관총을 자동으로 난사하는 것보다 산탄 몇 발을 쏘는 것이 더 격추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발씩 수동으로 장전해야 하는 펌프액션 산탄총보다는 방아쇠만 당기면 한 발씩 자동으로 발사되는 반자동 산탄총이 더 인기가 높다. 현재는 드론 방어용 무기로 반자동 산탄총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일선에서는 산탄을 연사할 수 있는 자동 산탄총을 보급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문제는 이 자동 산탄총이라는 것이 군용 총기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단히 희귀한 물건이라는 점이다. 러시아군이 반자동 산탄총인 '사이가-12' 모델을 자동 사격이 가능하도록 개조한 18.5 KS-K라는 모델을 제식 채용해 드론 요격용으로 보급하고 있지만, 이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자동 산탄총은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민수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AA-12가 원조 격이다. 펌프액션 방식이 주류였던 이때는 반자동 산탄총도 흔하지 않던 때여서 자동 산탄총은 군은 물론 민수 시장에서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단종된 K산탄총의 운명 바뀌나



대우정밀이 만든 자동 산탄총 USAS-12. 인터넷 캡처


거의 모든 가정에 총기가 있는 미국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던 자동 산탄총은 1990년대 초반 민간인 총기 소지가 불법인 총기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부활했다. 대우정밀에서 USAS-12라는 모델을 개발해 수출용으로 내놓은 것이다. USAS-12는 AA-12보다 성공적이어서 3만여 정이 생산돼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팔리기는 했지만, 세계 최대 총기 시장인 미국 민수 시장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장탄량이 많은 자동 산탄총이라는 특징 때문에 미 당국에 의해 '파괴 장비'로 분류돼 거의 모든 주에서 판매·소지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사실 USAS-12도 다른 일반적인 산탄총과 똑같은 12게이지 탄약을 쓰지만, 일반적인 산탄총과 비교했을 때 박스형 탄창은 2배, 드럼 탄창은 3, 4배의 장탄 수를 가지고 있었고, 연발로 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용으로 허용하기에는 화력이 너무 셌다. 산탄총을 많이 쓰는 미군조차 반자동 산탄총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군 납품도 실패했다.
자동 산탄총이 실패한 이유는 강력한 위력의 산탄을 분당 300~400발의 속도로 사람에게 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도 비인도적이라는 비난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격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드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동 산탄총은 아주 짧은 시간에 강력한 탄막을 만들어 자폭 드론을 가장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USAS-12는 현재까지 나온 자동 산탄총 가운데 발사속도가 가장 빠르고, 기본 장탄 수가 많아 드론 대응용으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당 360발의 속도로 자동 사격이 가능한 것은 물론, 기본 탄창 용량으로도 10발, 드럼 탄창을 쓰면 20발을 장전하고 연사할 수 있어 장탄 수도 넉넉하다. 10발 탄창을 결합했을 때 무게도 6.2㎏ 정도에 불과해 가벼운 편이고, 총의 전체적 구조나 작동 방법이 M16과 비슷해 M16에 익숙한 사수라면 교육 없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USAS-12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단종'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물론, 세계 각국 군대에서 드론 대응용 자동 산탄총 소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 USAS-12는 기술적으로 검증된 가장 확실한 카운터 드론 장비로 생산 재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대를 앞서갔던 한국의 명총이 드론 전쟁 시대에 부활할지도 모르겠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