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인권위원장이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고 앉아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간부와 직원들의 “안창호 퇴진” 게시글 릴레이가 시작된 지 4주차로 접어들었지만, 관련 글은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인권위 출범 초기에 입사한 4급 과장은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인권위 내부망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지난 8일 오전 장애차별조사2과장(4급) 노아무개씨는 “어떤 공직도 ‘나 아니면 야마토게임하기 안돼’하는 공직자를 원하지 않는다. 기관의 장은 조직이 무너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속 구성원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며 “오늘이라도 위원장님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해 달라. 그것만이 장으로서 가질 책임감이자 구성원을 치유하는 방법이며 그것만이 우리가 2026년을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노 과장은 2001 바다이야기2 년 인권위 설립준비단 시절부터 참여했던 간부다. 노 과장은 또 “위원장으로 오신 지 15개월, 우리 인권위는 많이 망가지고 생채기 입은 채 무너져 버렸다. ‘해체가 답이 아닐까’ 싶을 만큼 인권위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며 “위원장님이 저랑 가치관은 달랐지만, 직원들의 의견을 잘 들어준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먼저 용기를 내어주신 직원 바다이야기모바일 분들 모두, 이쁘고(예쁘고) 고맙다. 어디서 저런 맑은 샘물들이 솟아나나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동청소년인권과에서 근무하는 6년차 경력의 6급 주무관 윤아무개씨는 안 위원장의 사퇴를 “절규한다”고 썼다. 윤 주무관은 “칼을 휘두르는 무사 같은 존재들이 조직의 가치를 어떻게 바꿔가는지 뼈저리게 느꼈지만 에너지가 충만할 때까지 기다리자며 릴짱 침묵을 선택했다”며 그동안의 무력감을 전한 뒤 “나는 위원회가 그간 지켜내고자 하였던 인권 가치에 맞게 일하고 싶다. 최고 결정권자의 사상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조직의 가치가 흔들리는 것이 이제는 도저히 참기 힘들다.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이 조직은 우리가 지킬 터이니, 위원장은 이제라도 결단하고 위원회를 떠나시라. 부디 본인의 사상과 정치 릴게임 적 입장이 맞는 세력과 함께 위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시라”고 호소했다.
두 글에는 “재신임 절차 동의합니다”, “사무처 직원과 인권운동 진영에서는 이제 더 이상 회생 불가하게 됨. 서로 더 힘들어지기 전에 거취 결정을 하심이 옳은 판단 같음”, “위원장 때문에 일이 진도가 안 나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무력감은 참말로 다 하기 힘들죠” 등의 댓글이 붙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