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을 대비하기 위한 ‘10만양병설’이 주장됐지만, 선조는 여건상 10만양병설 실현이 어려웠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선조의 태도를 무작정 비판하기 힘들다. 사진은 명량대첩도. (매경DB)



율곡 이이가 십만양병을 주장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20년 정도 전에 주장한 것이 십만양병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선은 1592년 왜군이 침입하여 임진왜란을 겪게 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선조가 이이의 십만양병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릴게임종류
정말 선조는 어리석었던 것일까? 당시 선조가 어떤 고민을 했으며 왜 십만양병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추론해보자.
선조가 즉위했을 때 조선은 200년간 외국과 전면적인 전쟁을 해본 적이 없는 완전한 평화를 만끽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외적이 쳐들어온 것도 아닌 상황에서 갑자기 젊은이들을 동원해서 2~ 바다이야기오락실 3년의 군생활을 하도록 하고 이들을 세금으로 먹이고 입힌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선조의 판단에 왜군이 조선을 침범할 확률이 50%라고 해보자. 그리고 왜군의 침략으로 조선이 입을 피해가 100이라고 해보자. 물론 왜군이 침입하지 않는다면 조선의 피해는 0일 것이다. 따라서 왜군의 침입에 따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른 기대 피해는 50이다. 그런데 십만양병을 실행하면 그 병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20인데 왜군이 정말로 쳐들어오면 이 십만 병력이 왜군을 막아서 조선의 피해가 0이 되지만, 왜군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면 20의 병력 유지 비용은 아까운 국민의 세금을 허공에 낭비한 셈이 된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계산해보면, 왜군의 침입으로 인한 기대 피해가 50인데 이를 20 바다이야기릴게임2 의 비용으로 십만양병을 해서 막을 수 있다면 국가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선에는 십만양병이 옳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선조와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경제학적으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선조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은 십만양병으로 막대한 세금을 사용했는데, 왜군이 침입하지 않는 50% 릴게임온라인 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200년 동안 강제 징집된 적이 없었던 조선의 젊은이들을 군대로 끌고 가서 2~3년간 힘든 병역의 의무를 부과했는데, 막상 수십 년이 지나도록 왜군이 쳐들어오지 않았다면 조선의 백성들은 분명히 선조를 원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백성들의 원망으로 왕실의 지위가 흔들렸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맹강녀(孟姜女)의 이야기를 들어 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먼 옛날 진시황제가 만리장성 공사를 할 때 맹강녀의 남편이 만리장성 공사에 동원되어 집을 떠났다고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리운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맹강녀는 직접 남편의 겨울옷을 만들어서 먼 길을 걸어서 만리장성 공사 현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맹강녀가 갔을 때 이미 남편은 공사 중 사고로 사망했고 시신의 행방도 몰랐다고 한다. 맹강녀는 며칠을 헤매서 기적같이 남편의 시신을 찾아서 묻어주고 그 앞에서 통곡하다 죽었다는 이야기다.
진시황제는 이렇게 무리한 토목 공사를 벌여서 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고, 그런 백성들의 불만이 쌓여서 진시황제가 죽자마자 진나라는 멸망하게 된다.
만리장성은 진시황제가 기분 좋기 위해서 멋으로 쌓은 것이 아니다. 이전에 끊임없이 중국을 침입하던 흉노족을 막기 위한 아주 중요한 방위 산업이었다. 사실 만리장성은 흉노, 몽골, 여진 등의 북방 기마 민족들로부터 중국 본토를 지키는 아주 중요한 방어선의 역할을 최근까지 해온 것이 분명하다. 얼마나 만리장성이 효과적이었으면 진시황제가 죽고 1500년이 지나서 명나라가 다시 만리장성을 쌓았던 것이다.
선조에게 십만양병은 진시황제의 만리장성이었을 수 있다. 왜군이 가까운 미래에 쳐들어오면 선조가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칭송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만일 십만양병을 했는데 왜군이 침략하지 않는다면 선조는 백성을 고통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폭군으로 전락하여 정권이 위태로웠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선조가 십만양병을 거부하고 실제로 왜군이 침입했다면 어떨까? 사실 일반 백성들로서는 이이가 십만양병을 건의했는데 선조가 거부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을 것이며, 그런 상황에서 왜군이 침입한다면 그 원망은 왜군에게 향했지 선조를 향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의사결정자의 인센티브다. 국가나 조직에 가장 이득이 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들이 왕, 또는 정치인이나 기업의 대표다. 하지만 이런 왕, 정치인, 대표의 개인적인 이득이 국가와 기업의 이득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의 큰 난제다.
그래서 경제학 분석에서는 항상 어떤 의사결정을 놓고 사회적,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도출한 뒤 그 의사결정을 하는 책임자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도출한다. 만일 사회적 이득과 개인의 이득이 모두 일치한다면 천만다행인 경우고, 해당 책임자에게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위임하면 되지만, 사회적 이익과 책임자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으면 경제 분석에서는 책임자가 국가나 조직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대책을 세우게 된다.
선조의 경우도 왜군이 조선을 침입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확률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조선이라는 국가와 백성의 입장에서는 십만양병이 올바른 판단이겠지만, 십만양병으로 백성들을 고생시킨 후 평화가 계속되면 진시황제가 만리장성 공사로 패망하였듯이, 조선 왕조가 멸망할 수도 있으니 국가의 이익과 선조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을 희생해서 국가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을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현재 전 세계의 대통령이나 총리들만 보아도 자신 또는 자신의 정파의 이익을 희생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어려운 도덕성을 선조에게만 묻고 그를 비난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면이 있다.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공격해서 트로이가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카산드라가 유명해진 것은 그 예언 때문이 아니라, 그런 카산드라의 예언이 트로이 사람들에 의해서 비웃음을 사고 철저히 무시되어서 카산드라가 그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했다는 카산드라 신드롬 또는 콤플렉스라는 단어 때문이다.
아마 당시 트로이 사람들은 카산드라 공주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자신들의 군복무 기간이 늘어나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될까봐 그녀를 비난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실제로 그리스에 의해서 트로이가 멸망하자 카산드라를 인정하기는커녕 “불길한 예언을 해서 나라를 망하게 한 공주”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거시 경제학을 전공하는 동료 교수들을 보면, 경기 침체가 다가와도 이를 미리 경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괜히 카산드라 신드롬에 휩쓸려서 오히려 비난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묵을 지키다가 정말로 경기 침체가 오면 그 거시경제학자들이 방송에 출연해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방법을 설명하면서 명성을 높인다.
선조가 십만양병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배우지 않고도 경제학의 원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