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이후 처음으로 자진해서 다녀왔다” “가자마자 최소 5000원 버는 곳” “이용 안 하는 사람이 손해”….
생활용품점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네 보건소 이용 후기다. 우리 주변에 늘 있지만, 어쩐지 발길이 잘 닿지 않던 보건소가 최근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운동을 즐기는 젊은 층은 체성분 검사(인바디)로, 중장년층은 혈당 검사를 위해, 임신부는 산전 검사, 유·초등생은 발치 및 불소 도포를 위해 보건소를 찾는다. 과잉 진료 없이 필요한 검사만 받을 수 있는 데다, 대부분 비용이 무료거나 최소한이 릴게임 기 때문. 그야말로 남녀노소 즐기는 ‘건강관리 맛집’이 된 보건소를 다녀왔다.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주민 박영애(맨 오른쪽)씨가 체성분 검사(인바디)를 받고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0원으로 혈압·혈당·인 릴게임모바일 바디까지
지난 1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종로구 보건소 3층 신체검사실. 보건소 인근 종로구 신교동에 사는 박영애(74)씨가 인바디 측정에 한창이었다. 인바디로 대표되는 체성분 분석기는 체중뿐 아니라 골격근량·체지방량·복부지방률 등 자신의 체성분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대개 병의원에선 검사 비용이 최소 사이다쿨 5000원부터 시작해, 전문가 상담 비용까지 더할 경우 수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이곳 보건소에선 인바디 측정을 하고 이에 따른 영양 상담과 운동 처방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박씨의 검사 결과가 나오자 종로구 보건소 소속 박이준(38) 운동처방사가 곧장 결과지를 뽑아 들고 상담에 나섰다. 40년간 수영을 한 박씨는 골격근량이 많아,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같은 연령대보다 우수한 점수가 나왔다. 박 처방사가 “상대적으로 상체 근육이 많이 발달하셨다”며 “신체 균형을 고려했을 땐 가볍게 걷기 등 하체 운동도 같이 하는 게 좋겠다. 무작정 수치를 정해 놓기보단 컨디션에 따라 5000보에서 1만보까지 걸으시면 하체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처방을 내렸다.
같은 날 종로구 옥인동에 사는 유영순( 바다이야기고래출현 74)씨는 공복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보기 위한 피검사를 진행했다. 해당 검사 역시 사전 예약만 하면 무료로 진행된다. 유씨는 중성지방 수치가 기준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와 보건소 의사 앞에 앉게 됐다. 의사는 평소 식사로 떡이나 국수 등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다는 유씨에게 “근처 내과에 가서 콜레스테롤 약을 처방받거나, 약을 먹기 싫다면 탄수화물을 줄이는 등의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씨는 “평소 떡을 너무 좋아해서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도 “눈으로 직접 수치를 보니 그래도 탄수화물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꼼꼼하게 봐 주셔서 대만족”이라고 했다.
두 주민이 받은 검사와 상담은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건강이랑’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의사·간호사·운동처방사·영양사가 한 팀이 돼 사전 문진과 피검사·체성분 측정 등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영양 상담과 운동 처방 등을 내린다. 종로구에 거주하거나, 종로구에 직장이 있는 만 20세 이상 성인이라면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종로구 보건소만은 아니다. 조금씩 이름은 다르지만 전국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비슷한 항목의 검사를 무료 혹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진행 중이다.



본지 남정미 기자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혈압 측정과 피 검사를 받는 모습.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실제 측정해 보니
기자도 종로구 보건소에서 대사증후군 검사를 받아봤다. 대사증후군은 내장 지방형 복부 비만과 고혈압, 고혈당, 중성지방 상승, 일명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 콜레스테롤 저하 같은 심혈관계 주요 위험 인자를 3개 이상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평소 고강도 운동 및 여가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 ‘일주일에 술은 몇 번이나 마시는지’ 등 간단한 문진을 하고 차례대로 피검사와 혈압 측정, 허리둘레와 키 재기, 인바디 검사를 했다. 마치 건강검진 받듯 한 장소에서 모든 검사가 이뤄져, 채 10분이 안 걸렸다. 보건소 박한나(39) 간호사는 “3~4분이면 피검사 결과가 나와 당일에 기초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검사를 다 마치자, 이미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는 물론 중성지방 수치, HDL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총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담긴 피검사 결과가 나와 있었다. 다행히 모든 지표가 정상이었다.
박 간호사는 “수치가 정상인 분들은 1년마다 한 번씩,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분들은 6개월마다 검진 및 상담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며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당뇨나 혈압약 등을 복용하다 스스로 괜찮아졌다고 생각해 이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치가 크게 나빠져 있기도 하다”고 했다. 모든 검진 결과는 날짜와 함께 보건소에 만든 ‘건강관리 수첩’에 기록돼, 개인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자 역시 다양한 건강 정보와 함께 검사 기록이 담긴 초록색 수첩을 받아 왔다.
다만 보건소에서는 약 처방 등은 할 수 없기에,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 근처 병원 등에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보건소 방문이 어려운 경우 이동식 장비를 챙겨 왕진을 가기도 한다. 박 간호사는 “평소 알지 못하던 위험 인자를 발견해 질병 예방에 도움을 드릴 때 보람을 느낀다”며 “‘세금 낸 보람이 있다’고 말해 주실 때 뿌듯하다”고 했다.



대사증후군 검사를 마친 주민 유영순씨가 의사와 상담하고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세금 낸 보람 느낀다”
임신부들 사이에선 각 보건소의 ‘산전 검사’ 프로그램도 인기 항목이다. 맘카페 등에선 “임신하자마자 보건소 프로그램부터 예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보통 임신 초기에서 12주 사이에 진행해 B형 간염과 풍진 항체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모성 검사, 임신 중기에 하는 1·2차 기형아 선별 검사, 임신 말기의 임신성 당뇨 검사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 일반 산부인과에서 진행할 경우 모두 수만 원의 비용을 내야 하는 유료 검사들이다.
‘인바디’는 운동 좋아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32)씨는 “평소 클라이밍 등 고강도 스포츠를 즐겨 하는 편이라 몸의 실질적인 변화가 궁금할 때가 많다”며 “몸무게만 재서는 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6개월에 한 번씩 보건소를 찾아 인바디로 체성분 측정을 한다. 주변 생활 체육인 중에서도 보건소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는 보건소 내 치과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인천시 계양구에서 아홉 살, 일곱 살 두 아이를 키우는 서모(42)씨는 “아이 이가 흔들릴 때마다 몇 번 실을 묶어서 뽑으려고 하다 실패했다”며 “보건소에서 유치 발치를 해주는 걸 알고 가봤더니, 비용(1100원)도 저렴하고 전문적으로 도와주셔서 매우 만족했다”고 말했다. 간단한 구강 검진이나 불소 도포 역시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무료이거나 많게는 5000원 정도만 내면 받을 수 있다.
치매 검진이나 예방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치매 통합 관리 서비스, 우울증·스트레스 관리 등 정신 건강 상담도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보건소별로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달라 주소지와 관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주소지에 따라 일부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곳도 있다. 또 보건소마다 특화된 사업이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동네 보건소 홈페이지를 살펴보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적어도 코로나 검사받는 곳으로만 알고 지나가기엔 억울한 곳임은 분명하다.